익숙한 소리에 눈을 떠 시계를 보니 4시 30분을 가리켰다. 새벽 네 시 반, 새날이 밝았구나! 그런데 몸이 가볍고 정신이 또렷하다. 아~ 어제는 저녁 8시 즈음에 책을 보다 잠들었구나. 오랜만에 꽃잠을 잤구나!
코 흘리게 어린 시절엔 겨울이 좋았다. 산, 들, 논에서 썰매나 스케이트 타고 노는 게 너무 좋았다. 친구들과 재밌게 뛰어놀 수 없게 된 지금은 겨울이 싫다. 눈도 썩 반갑지 않고, 무엇보다 추위가 정말 싫다. 무더운 여름날 땀을 흠뻑 흘리고 나면 시원함이라도 느낄 수 있다지만, 추운 겨울엔 내의를 겹겹이 껴 입어도 속옷 안으로 스며드는 차가운 공기를 막을 방도가 없다. 그렇다고 방한 효과가 좋은 두꺼운 외투를 겹쳐 입을 수도 없다. 소지품 따위를 옷 주머니에 넣어 다니는 것도 불편해서 맨스백을 들고 다녔던 나였기에 몸을 불편하게 만드는 무거운 겉옷을 입는 것은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 창문을 크게 열어 놓았는데도 추위를 느낄 수 없었다. 대신 봄뜻이 비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입춘과 우수가 지났고 경칩이 곧 이니 당연한 이치라 하겠지만, 기운이 솟듯 우둔거리는 것이 새삼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2020-03-01 독서평 <임병식의 수필쓰기 핵심>
안녕하세요~ 김찌입니다. 봄 기운이 완연한 3월 첫날, 새벽에 일찍 깨어 임병식 저자의 《수필쓰기 핵심》을 읽었습니다. 글을 쓸 때 교과서나 참고서 역할을 기대하며 한 자, 한 문장을 정성스레 음미하며 읽어 나가는데, '아! 마음이...' 점점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수필은 소설처럼 허구를 바탕으로 하는 문학이 아니다. 그러므로 당연히 제재의 제한을 받는다. 이것만 하더라도 얼마나 큰 제약인가. 수필은 원천적으로 허구를 배제한다. 창작을 해야 하는 작가로서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김태길 선생 같은 이는 그 점을 감안하여 좋은 수필을 쓸 수 있는 조건을 '인격이 더없이 탁월하고, 글솜씨 또한 탁월해야' 한다고 했다. 적어도 '허구의 배제'라는 약점 보안을 위해서 강조한 것이었다>
첫 책으로 '에세이'를 쓸 생각이었는데, 형식에서 에세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필을 쓰는데 '탁월한 글솜씨와 인격이 중요하다'는 말에 의욕을 상실할 지경이었습니다. 인격이 높지 않을 뿐더러 도덕적 결함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실에 입각한 에세이를 쓴다는 전제하에 어느 정도까지 나를 드러내야 할까. 하는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요즘, 저자의 이런 말을 듣고 나니 어쩌면 에세이 쓰는 것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겠구나! 는 생각했습니다. 뼛속까지 들어가 내 모든 것을 꺼내 놓으면 독자들에게 이해 받을 수 있을까요? 생각한대로 일이 잘 진행되고 나의 진정성을 높이 평가한 독자들로부터 어쩌면 '베스트셀러 작가' 라는 호칭을 얻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후에 찾아올 불확실한 미래와 책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자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그 대상이 가족이나 친구 등 죽을때까지 얽힐 수 밖에 없는 인연들이고, 책 속의 진실이 그들에게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시간을 갖고 좀 더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윤오영 선생은 소설을 밤에 시를 복숭아에, 수필을 곶감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형태상으로는 소설이나 시는 잘못되어도 소설이나 시로 보아주지만 수필과 잡문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했다. 글이 수필처럼 쓰였다 하더라도 정서적인 여과 과정을 거친 글(문학성)이 아니면 수필로 볼 수 없다고 못 박은 것이다.
수필이 감이 아니고 굳이 곶감인가 하는 것은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수필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글쓴이의 인품이 소산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인품을 닦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남에게 지탄을 받는 사람이 좋은 소설이나 시를 쓰면 인정받을 수도 있지만, 수필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2020-03-01 독서평 <임병식의 수필쓰기 핵심>
책에는 수필 작품이 갖춰야 할 조건으로 세 가지를 얘기합니다.
첫째는 참신성으로 어디서 본 듯한, 남들이 이미 알고 있는 평범한 이야기를 자기만 아는 듯한 글로 대하면 맥이 풀리고, 둘째는 겸손한 글로써 자기만 아는 듯한 고상한 이야기, 노골적인 자랑까지는 아니지만 은근한 자기 뽐내기를 얘기하며, 마지막 세 번째로 개성 있는 작품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노래 잘하는 꾀꼬리 같은 목소리도 좋지만 까마귀 울음 같은 탁성의 필요성을 언급합니다. 창작이 아닌 실존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글을 참신하면서 개성 있고 겸손하게 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저자는 '글에는 재능이 매우 중요한 장르와 덜 중요한 장르가 있다. 나느 글을 크게 두 갈래로 나눈다. 문학적인(또는 예술적인) 글과 논리적인(또는 공학적인) 글이다. 시, 소설, 희곡은 문학글인다. 에세이, 평론, 보고서, 칼럼, 판결문, 안내문, 사용설명서, 보도자료, 논문은 논리글이다.
문학 글쓰기는 재능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무언가를 지어내는 상상력, 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느끼는 감수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논리 글쓰기는 재능의 영향을 훨씬 덜하다. 조금 부풀리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문학 글쓰기는 아무나 할 수 없다. 그러나 논리 글쓰기는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조금 과장하면 이렇게 주장할 수 있다. 노력한다고 해서 누구나 안도현처럼 시를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누구든 노력하면 유시민만큼 에세이를 쓸 수 있다.' 고 덧붙입니다.
음~ 이게 어찌된 일인가요. 수필과 에세이가 형식적으로 같은 장르라고 했을 때, 《수필쓰기 핵심》의 저자는 수필도 문학이라고 주장하는데 반해 유명 작가 '유시민'은 에세이를 논리글로 정의했습니다. 사실, 에세이는 비문학 작품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외국 유명 대학 교육 과정에 에세이가 포함된 것도 '논리적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서니까요. 그렇다면 답은 '수필과 에세이는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는 말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책에서는 수필은 크게 '에세이'와 '미셀러니(miscellany)'로 나눕니다. 에세이를 지적 . 객관적 . 사회적 . 논리적 성격을 지닌 소평론으로, 미셀러니를 감성적 . 주관적 . 개인적 . 정서적 특성을 지닌 글로 분류하는데요. 저자의 말을 통해서나 일반적으로 우리에게 받아들여지는 수필은 문학 작품성을 가진 '미셀러니'라고 해야 가장 정확할 것입니다.
수필쓰기와 자기 성찰
수필은 인격과 인품이 함께 하는 학문이다. 그중에서 하나를 꼽으라면 인품을 앞세워야 한다. 혹자는 글을 쓰는데 글이 먼저지 무슨 인품 타령이냐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필을 그렇지 않다. 장르적 특성상 자기 자신이 1인칭 주체가 되어 자기가 체험한 것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인격이 중요하고 인품이 요구되는 이유다.
수필을 쓰는 사람이 지녀야 할 덕목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수필을 쓰고자 하는 사람은 먼저 고운 심성과 바른 기개를 가져야 한다. 보통 사람보다는 역사의식이나 도덕성이 앞서야 한다. 그래야 하는 이유는 독자를 선도하여 의식을 깨우치고 무언가를 느끼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실로 중요하다. 남의 모범이 된다는 것은 바른 자세와 가치관을 지님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런 자질은 어느 한 시기, 잠깐의 노력과 주의력으로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평소에 꾸준한 자기관리와 인격 수양, 그리고 깨어있는 의식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
책과는 동떨어진 이야기지만, 시대가 변해감에 따라 인격 수양의 필요성도 점점 더 크게 대두 되고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사람중에서 인격적으로 가장 완벽한 사람이 '문제인대통령'인데요. 어떤 정치 전문가의 말처럼 향후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서는 '높은 인격'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 뿐만 아니라 정치 지도자나 경제인, 학자 등 어떤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높은 인격을 갖춰야 하는 것이죠.
몇 단계만 거치면 우리 나라 사람들 대부분을 알 수 있습니다. 직업이 무엇이며 어디에 사는지, 과거는 어떠했는지 등, 지인에 지인을 통하거나 SNS를 이용한 약간의 수고로 어느 정도까지는 사생활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된 것이죠. 특히, 고위직 공무원이나 국회의원, 시.도지사 등은 언론과 개인미디어로 인해 죄는 물론 도덕적 자질이 낱낱이 밝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념적으로 대립 위취에 있는 미디어에서 수많은 거짓 뉴스를 퍼트린다고 해도, 이미 똑똑해질대로 똑똑해져 있는 일반 시민의 마음을 훔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사건을 주제로 한 보수와 진영의 대립도, 각 진영을 대변하는 언론이나 미디어 기사를 냉철한 시선으로 접할 수만 있다면 옳고 그름을 쉽게 판별할 수 있습니다. 물론, 냉철한 객관적 식견을 가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이념적으로 편향되어 있기 때문이죠. 또, 겉으로 보이기에 가진 사람들은 보수쪽으로 기울고, 상대적으로 덜 가진 사람들, 평범한 시민이라고 해야 적절할 것 같네요. 평범한 시민들은 진보에 가까울 것입니다.(맞나요?) 대표적 보수 언론인 조.중.동을 필두로 개인미디어에서도 보수진영 채널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들이 수많은 가짜 뉴스로 본질을 호도해도 문재인대통령과 정부여당인 민주당의 지지율은 쉽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또, 세월호 참사와 박근혜 탄핵, 일본 불매 운동과 조국 사태로 분노한 시민들이 광화문 광장과 전국 방방곡곡에서 외친 함성은 '너희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쳐라.'고 하는 심판일 것입니다.
오늘날 시민들은 몰라서 조용하고, 무지해서 반박하지 않는 것이 아닌, 이 나라에 애국하는 것이 무엇인지 너무나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모든 걸 간파하고 있으면서, 쉽게 나서지도 않는 이 나라의 주인 '깨어있는 시민들'은 높은 인격을 소유한 정치인을 조용히 선택하고,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줄 뿐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그나마 시민들이 납득할 만한 정치를 하고 있는 여당의 유력 정치인들로 인해 향후 십 수년 동안은 정권이 바뀌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수석을 통해 본 꾸민 글
거듭 강조하지만, 수석은 절대로 손을 댄 돌을 취해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 대전제이다. 출발 자체가 그러하다. 수필도 애초에 사실을 기초로 해서 진실을 감은 문학 장르로 출발했으므로 그 틀은 장르가 유지되는 한 반드시 지켜야 하며, 수필가는 그것을 수호할 책무가 있다. 왜냐하면 수필의 조석화는 결국 진화된 발전이 아니라 혼돈을 초래하여 마침내는 근본을 망가뜨리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수필의 한계 - 극복하기
독자에게 자랑하고 싶고, 기억해주기를 바라며 글을 쓰기 보다는 좀 부끄럽고 뼈아픈 일이라도 그러한 것을 기피하지 않아야 한다. 꾸미고 내숭을 떠는 일은 글을 죽이는 첩경이며 사약이다. 그리고 글이 바로 그 사람의 다른 표현이라면 개성도 있어야 하고 문장에 감정도 실려 문향도 풍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불석권(手不釋券),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가운데 고뇌하고 사색을 많이 해야 할 것이다.
2020-03-01 독서평 <임병식의 수필쓰기 핵심>
기본적으로 경계해야 할 두 가지
첫째, 글 속에서 건방짐을 걷어내는 일이다. 이 건방짐을 속담에도 있는데, '병자년 방죽'이라는 게 그것이다. 이 속담의 유래는 조선말 고종 때인 병자년에 극심한 가뭄이 들어 논밭이 다 타들어 가고 방죽마저 메말라 '건 방죽'이 되었다. 이 건 방죽이 '건방지다'는 음과 유사한지라 사람들이 그리 말하게 되었다. 평소에 얼마나 사람들이 거들먹거리는 걸 아니꼽게 보고 싫어했으면 이런 말이 생겨났을까 집작케 하는 말이다.
둘째, 또 하나는 '자랑'인데, 이 문제 또한 오죽 심각했으면 수필을 언급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지 알 수 있다. 어느 수필 특강에서 임헌영 문학평론가가 이런 말을 하는 걸 들었다. '자랑하는 책을 보내주려면 읽은 수고비로 돈 만 원을 함께 보내라'
그 말을 듣고 얼마나 뜨끔했는지 모른다. 그 말속에는 다분히 질책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수필을 쓰는 사람은 항상 마음을 겸손하게 가진 가운데 '건방지지 않고' '자랑'을 피하는 글을 써야 한다는 뜻이다. 자고로 건방짐을 주제넘은 태도에서 나오고 자랑은 과시욕에서 비롯되니 삼가고 삼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 밖에도 좋은 내용이 많고 소개시켜 드리고 싶은 글들이 많지만, 나머지 내용은 직접 읽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끝으로 '임병식 저자'의 당부를 소개하면서 오늘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김찌였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 바르지 않고 그 쓰임 또한 온당하지 못하면 흉기가 되었음을 역사를 통해서 알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책을 내면서 특별히 몇 가지를 당부하고자 한다.
첫째, 이 글이 세상에 내놓아 존재할 가치가 있는지를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어떤 소재든지 그에 대한 글은 차고 넘치도록 이미 써왔다. 그것이 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것이라면 공해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둘째, 남에게 상처 주는 글을 쓰지는 않았는지 돌아보라는 것이다. 사회의 공익적 측면에서 언급하고 넘어가는 것은 상관없다고 하더라도 남의 인격을 건드리는 글을 써서는 안 될 것이다.
셋째, 남의 글을 함부로 베껴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만약 인용한다면 반드시 근거를 밝혀두는 것이 글을 쓰는 사람의 도리이다.
넷째, 한편의 글을 남길 때는 그 글이 독자에게 읽혀서 무언가 남김을 주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글쓰기에 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쓰레기나 공해 물질을 하나 더 내보내는 일이 될 것이다.
글쓰기는 칼의 사용과 같다. 잘 쓰면 물건을 만들고 음식을 제조하는 유용한 식칼이나 연장이 되지만, 그렇지 않고 분별없이 휘두르면 위험한 흉기가 된다. 이점은 늘 명심해야 한다.
2020-03-01 독서평 <임병식의 수필쓰기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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