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있는 삶



관찰에 대해서, 도서 《지금 시작하는 생각 인문학》과 《생각의 탄생》


 《지금 시작하는 생각 인문학_이화선》은 창의적인 삶의 방법을 이야기 하고 있는 책입니다. 저자는 책에서 '관찰·모방·몰입·실행·함께.'를 창의적인 삶의 핵심 요소이자 책을 관통하는 다섯 가지 질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이 다섯 가지 질문은 대가들의 삶에서 모티브를 얻었지만, 나이와 분야를 막론하고 모두가 적용할 수 있는 창의성 키워드로써 이를 배우고 행하는 것은 누구라도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창의적인 사람들이 가진 강력한 특성들, 그들의 삶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삶의 방법들을 저는 다섯 가지 주제로 풀어내고자 합니다. 첫째, 열린 마음과 호기심의 눈을 갖고 일상을 낯설게 바라볼 줄 아는 삶, 즉 세상을 더욱 풍요롭게 경험하는 '관찰'하는 삶입니다. 둘째, 끊임없이 배우고자 하고 이를 창조적으로 '모방'하고 연결해 자신만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펼치는 삶입니다. 셋째, 자신이 추구하는 창조의 가치와 목적을 분명히 인식하고, 어려운 과제에 즐겁게 '몰입'하는 삶입니다. 넷째, 새로운 생각을 펼쳐내는 도전과 실패를 반복할 수 있는 용기를 지닌 '실행'하는 삶입니다. 마지막으로 나의 가치를 사회와 연결하는 '함께'하는 삶입니다. 



 오늘은 위의 창의적인 삶의 방법 다섯 가지 중에서도 특히, '관찰'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려고 하는데요. 관찰은 '사물의 현상이나 동태 따위를 주의하여 잘 살펴보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을 그냥 바라보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별히 관심을 가지고 잘 살펴보는 것'입니다. 저자는 책에서 "많은 사람이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에 지나치게 집착합니다. 그보다 이미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치, 자신의 주변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말하고 있는데, 저자의 말대로 관찰은 주변 사물이나 현상을 주의 깊게 보고, 살피는 것을 넘어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가치나 주변을 제대로 인식하여 그 안에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고 그것으로부터 이해를 얻는 과정 자체를 말한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내 작업은 눈에 익숙한 것들을 내가 어떻게 보는지를 '보는' 지점에서 시작된다."

 _화가 재스퍼 존스


 "나는 그전에도 천남성을 많이 보아왔지만 그 꽃을 그렇게 집중해서 들여다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_화가 조지아 오키프


 "당신이 보고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라. 자신이 가장 생각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가장 많이 생각하라."

 _화가 마르셀 뒤샹


 "나의 세계가 남들과 다른 것은 소리, 냄새, 형상의 요철, 질감으로 느껴지는 것이 전부였다."

 _생물학자 제라트 버메이


《생각의 탄생》중에서



 밀리언셀러 《생각의 탄생》의 추천글에서,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은 "'창조적으로 생각하기'에 관한 책으로 음악, 미술, 과학, 수학,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창조성을 빛낸 천재적 인물들의 발상법을 주제로 삼고 있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아인슈타인, 스트라빈스키, 피카소, 마르셀 뒤샹, 버지니아 울프, 리처드 파인먼, 제인 구달 등 분석의 대상이 되는 인물들은 그야말로 창조의 드림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아, 내가 써야 할 책이 먼저 나왔구나!"라며 아쉬움을 표현하였습니다. 







 수많은 지식인들의 추천 도서이면서, 독서가들에겐 이미 필독서로 자리 잡은 《생각의 탄생》은 13가지의 생각 도구를 이용하여 창조적 사고에 접근하고, 본질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통찰을 제시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책에서 밝힌 13가지의 생각 도구 중에서 '관찰'을 가장 먼저 언급하고 있다는 것이 눈에 띄는 대목입니다. 





《생각의 탄생》



모든 지식은 관찰에서부터 시작된다. 관찰은 수동적으로 보는 행위와 다르다. 예리한 관찰자들은 모든 종류의 감각정보를 활용하며, 위대한 통찰은 '세속적인 장엄함', 즉 모든 사물에 깃들어 있는 매우 놀랍고도 의미심장한 아름다움을 감지하는 능력에 달려있다. 만일 우리가 무엇을 주시해야 하는지, 또 어떻게 주시해야 하는지를 알지 못한다면 주의력을 집중시킬 수가 없다. 그래서 관찰은 생각의 한 형태이고, 생각은 관찰의 한 형태이다.


마르쉘 뒤샹이 재발견한 일상의 가치들

예리한 관찰자들은 모든 종류의 감각정보를 활용한다. 위대한 통찰은 '세속적인 것의 장엄함', 즉 모든 사물에 깃들어 있는 매우 놀랍고도 의미심장한 아름다움을 감지할 줄 아는 사람들에게만 찾아온다.

 사람들은 그토록 숱하게 욕조에 들어가면서도 몸을 담글 때 수면이 높아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물질의 비중이 배수량과 관련 있음을 간파한 사람은 수학자 아르키메데스Archimedes였다. 많은 사람들이 망치질을 했지만 그 소리를 유념해서 듣지는 않았다. 쇠막대기건, 마림바의 나무키건, 첼로의 현이건 간에, 물체의 길이가 음의 높낮이와 관련이 있음을 맨 처음 알아낸 것은 대장장이의 망치질 소리를 주의 깊고 듣고 있던 피타고라스Pythagoras였다. 사람들은 수없이 하늘을 쳐다보았지만 하늘이 왜 파란지에 대해선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여기에 의문을 가졌던 최초의 인물은 18세기 물리학자 존 틴달John Tyndall이었고, 그는 하늘의 색깔이 대기 중의 먼지나 다른 입자들과 부딪쳐 산란하는 햇빛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가 개발한 몇 가지 기술은 오늘날 우리가 대기오염도와 물의 청정도를 측정하는데 쓰이고 있다.


괴테에서 헬리 밀러까지 관찰을 위한 예술훈련법

추리작가 아서 코난 도일Arthur Conan Doyle은 미술이 관찰기술을 숙달시킨다는 가설을 세우고 있다. 주인공 셜록 홈즈가 자신의 뛰어난 화가 집안 출신의 할머니에게서 연유했다고 설명하는 것이 바로 그 점이다. 허버트 리드가 1943년에 펴낸 고전적 저서 《예술을 통한 교육Eudcation Through Art》이나 모리스 브라운Maurice Brouwn과 다이애너 크르제닉Diana Korzenik이 쓴 《예술창작과 교육 Art Making and Education》을 부면, 시각예술이 어느 정도까지는 시각적 인지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유용하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루이 모르강Louise Morgan은 화가이자 소설가인 윈드햄 루이스Wyndham Lewis와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당신의 그림은 소설을 쓰는데 도움을 주고 있군요." 모르강의 말에 루이스는 이렇게 대답했다. "물론 그렇습니다. 조소나 그림의 관점에서 생각을 하는 습관은 틀림없이 작가로서 글을 쓰는 일에 영향을 주죠. 만인 당신이 나처럼 두 가지 일을 해본다면 맨 먼저 하게 되는 일이 바로 '보는' 일일 겁니다. 내가 하는 일의 처음과 끝은 눈을 쓰는 일이에요. 데생기술은 전적으로 과학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소설을 쓰는 일에 도움이 됩니다. 정밀관찰을 할 수 있도록 마음을 훈련시키는 모든 것들은 다 소설 쓰기에 도움이 되죠." 수많은 시인과 소설가들이 시각예술을 공부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맨 처음 언급했던 책 《지금 시작하는 생각 인문학_이화선》을 읽으면서 막연히 그림 그리기를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바로 《나 혼자 연필 드로잉》과 《스케치 쉽게 하기 마스터 컬렉션》을 인터넷으로 구입하여 기다리고 있는데요. 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을까요? 블로그를 하기 위해 과거에 읽었던 《생각의 탄생》을 다시 꺼내 살펴보던 중에 위에서 언급한 화가 루이 모르강과 소설가 윈드햄 루이스의 대화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생각의 탄생》은 읽은 지 오래된 책이기 때문에 사실상 기억에 남는 것이 거의 없었거든요. 그런데 책을 펼쳐 읽는 순간, 미술 공부를 하고 싶었던 과거(생각의 탄생을 읽던 때)가 어렴풋이 떠올랐습니다.  







 작가를 목표로 하고 있는 지금과 달리 그 때는 그저 독서가 즐거웠고, 지혜에 대한 갈망이 전부였기에 "미술공부를 하면 좋겠다."고만 생각했지, 지금처럼 "미술공부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관련 도서를 구입하는 결단을 내리지 못했었습니다. 이렇다 보니 지금처럼 "미술을 하면 보다 좋은 작가가 될 수 있다."는 믿음 또한 생기지 않았었지요. 많은 과학자들이 관찰력을 기르는 방법의 하나로 미술을 들고 있습니다. "그리지 못하는 것은 눈으로 보지 못한다."는 논지인데요. 신경해부학자 산티아고 라몬이카할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만일 우리의 연구가 자연사와 관련된 대상을 다루는 것이라면 관찰에는 스케치가 필수적으로 따라야 한다. 어떤 것을 묘사하는 일은 주의력을 훈련시키고 강화시키며 현상 전체를 보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모름지기 뛰어난 관찰자라면 스케치에도 능숙해야 하며 이 점에는 이견이 있을 수가 없다."



 저는 요즘 이런 생각을 자주 합니다. "세상에 책이 없었다면, 지금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다른 어떤 것을 하면서도 지금과 같은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을까?", "만약 내게, 작가의 꿈이 없었다면 무엇으로 동력을 얻어 만만치 않은 인생을 살아내고 있었을까? 지금과 같은 열정을 가질 수 있었을까?" 하는······. 인간은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 동안 무언가를 꼭 보도록 되어 있습니다. 저 역시 하루에 18~19시간 눈을 뜨고 있으면서 사람과 사물을 바라보고 있는데요. 이 중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는가! 하고 자문하면 부끄러울 정도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 없습니다. "아차,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습니다. 멀쩡한 눈과 뇌를 가지고 있으면서 어떤 것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스럽기까지 합니다. 더는 늦출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흐리멍텅한 눈을 하고 기억 못하고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는 실수를 더 이상 반복하면 안된다는 각오를 다지게 됩니다.   



관찰에 대해서, 도서 《지금 시작하는 생각 인문학》과 《생각의 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