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9일 한글날, '한글'과 '문자'는 너무나 소중하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말을 배우기 시작한 후 그 뒤로는 하루도 빠짐없이 말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외계 생명이 발견되지 않은 지금, 원자로 구성된 것(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들 중에서 유일?―인간의 착각이고, 진실에서도 어긋나지만, 편의상― 하게 인간만이 말을 합니다. 그런데, 이 말이란건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공기속에 흩어져 실체를 발견할 수가 없습니다.
사실 인간만이 말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말이라고 하든 언어라고 하든 거의 모든 생물은 자신들만의 언어가 있어 소통하고 화합하며 살아갑니다. 무생물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바위나 나무, 흙, 물 같은 무생물도 나름대로의 소통방법이 있지만 우리가 알아듣지 못하고 있는 것 뿐이죠. 우리가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인간만이 유일하게 말을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다른 존재들은 인간의 입에서 나는 소리가 '인간의 언어'인지, 숨쉬기와 마찬가지로 생존에 필요한 생리 현상인지 알지 못하며, 단지 인간이라는 종의 몸에서 나는 소리일 뿐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을 것입니다.
모든 물질이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소통을 하고 있는 상태에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말'이나 '언어'가 아닌 '문자'가 아닐까합니다.―넓은 의미에서 봤을때, 인간은 자연(우주)을 구성하고 있는 한 종에 불과하며, 자연의 혜택없이는 한 순간도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는 뜻입니다.―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연기처럼 사라져 버리는 말을 사라지지 않게 하는 마술이 문자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문자를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한 번 뱉어내고 나면 주워담을 수도 없고, 실체도 없이 산산이 흩어져버리는 말을 반영구적으로 보존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문자는 인류가 발전하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인간은 문자를 통해 자신의 말이나 생각, 느낌을 표현하고 서로 주고 받으면서 소식은 물론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고 남김으로써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각 나라와 민족은 저마다 고유한 문자를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관습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누가 언제 어떻게 만들었는지 분명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글'은 세종대왕이 집현전 학사들과 함께 1443년 훈민정음 28자를 만들고 3년 후인 1446년 반포한 것임을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또한 《훈민정음 해례본》을 통해서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만든 목적도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10월 9일 한글날, '한글'과 '문자'는 너무나 소중하다.
<훈민정음 해례본 용자례>
'우리 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서, 중국의 한자와는 뜻이 잘 통하지 아니하므로 어리석은 백성들이 제 뜻을 글로 나타내고자 하는 것이 있어도 잘 나타내지 못할 때가 많으므로 내가 이 점을 딱하게 여겨 새로 스물 여덟 글자를 만들었으니 누구나 쉽게 읽어 날마다 쓰기 편하게 하려는 것이니라.'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만든신 뜻을 백성들에게 알리며 적은 글입니다. 하지만, 임금의 훌륭하신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반대만을 일삼던 학자들은 훈민정음을 '언문'이라고 낮춰 불렀으며 "상놈을 위해 만든 글이니 상놈이나 쓰라지."라는 식으로 반대하는 목소리를 그만두지 않았습니다. 또한, 세종대왕과 함께 한글을 만든 집현전 학사중 한 명인 성상문에게 "성삼문, 자네도 별수없는 바보로군. 무엇을 안다고 한자를 버리고 언문을 쓰자는 거냐?"며 평소 성삼문의 학식을 칭찬하던 다른 학자들도 드러내놓고 비꼬았다고 하니 그 반대가 어떠했으리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삼문은 "나도 누구 못지 않게 한문도 말고 한자도 쓸 수 있다. 그러나 남의 나라 글이 무엇이 그리 좋다고 야단인가? 그대는 한자 하나만 알지만, 나는 한자도 알고 한글도 안다. 그러니 무식한 바보는 내가 아니라 바로 그대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당시의 학자와 관리들은 중국을 무조건 떠받들었으며, 중국황제의 기침소리에도 조선의 임금과 신하들은 벌벌 떨었으니 중국 글자인 한자를 쓰지 않으면 큰 죄를 짓는 일이며 쉬운 한글로 공부하면 학문의 수준이 떨어질까 열려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에 세종대왕은 답답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고집 센 바보로다. 그러나 이것은 분명히 알라. 우리가 쓰는 글자와 입으로 하는 말이 달라 이것을 한가지로 같게 하려는 것인데 이를 모르고 언문이라 부르며 함부로 말하니 한심하구나.", '내가 어찌 백성을 사랑하여 까막눈을 없애려는 뜻만 있었던가? 내 뜻이 백성에게 빨리, 바르게 전달되어 나라가 잘 되려면 쉬운 글자가 그 첫째이거늘······.'라며 답답해 했다고 합니다.
오늘은 594돌을 맞이한 '한글날'입니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아! 오늘 한글날이지~하는 생각이 번뜩 들었고, 명상을 마치고 나서 바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독서를 좋아하고 블로그를 하고 있는 제게 한글은 그리고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사들은 참으로 감사한 존재들입니다. 아주아주 중요한 존재들이기도 하고요.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10월 9일 한글날, '한글'과 '문자'는 너무나 소중하다.
<편지1>
고등학생 시절 친구에게 받은 편지입니다. CC였으니 연애편지라고 해야 맞겠네요. 이메일이 등장하기 전 종이 편지로 우정과 사랑을 나눴던 분들은 위와 같은 추억의 편지 한,두 통씩을 보관하고 계실거라 생각합니다. 편지의 내용을 보니 과거의 저는 속된말로 연애질 하면서 시집도 선물하고 그랬던 모양입니다^^ 고등학생의 편지에 기쁨, 즐거움, 환희, 고달품, 고민, 갈등과 같은 단어가 들어가 있다는게 좀 신기하면서 타인에게 '기쁨'이었던 시절도 있었구나! 조금 뿌듯해지기도 합니다.
컬러풀하면서 다정한 여사친의 편지, 편지지이기 보다는 줄 그어진 평범한 노트에 가깝지만 스스로 수색대원임을 자랑스러워하던 친구의 편지는 추억을 넘어 감동스럽기까지 합니다.
1년 가까이를 썸만 탈뿐 더이상의 진도는 없었지만, 내 얘기를 가장 잘 들어주었던 아이의 정성어린 편지에는 말과 언어로는 근접할 수 없는 순수함과 고귀함이 녹아 있습니다.
10월 9일 한글날, '한글'과 '문자'는 너무나 소중하다.
편지 말미에 자신을 항상 '너의 영원한 친구'라고 말하던 죽마고우가 전해준 '시' 한 편은 남자들의 우정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기도 하며,
눈이 한 번 오기 시작하면 50CM는 기본이고 많게는 1M까지 내리는 용대리에서 뼛속까지 스미는 찬바람에 대한 기억, 잠 못 들고 추위에 떨며 위병근무를 설 때 느꼈던 고난함을 물론, 박격포를 메고 뛰어다녀야 했던 고통을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까지도 생생히 기억할 수 있게 하는건, 동생을 생각하며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간 누이의 정성어린 편지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 다른 편지에서는, 아직 어렸을때에도 내가 혼자 있는걸 좋아했다고 하는 친구의 편지를 보면서 '나는 원래 그러했구나! 성장하면서 굳어진 성격이 아닌 본래부터 그러했구나!'하고 자각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문자는 제게 너무나도 많은 것을 베풀어 주고 있습니다. 과거의 인생에서는 '내게도 아름다운 학착시절이 있었다.'는 걸 증명해 주고 있으며, 현재는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글쓰기와 삶을 풍요로움으로 채워주는 독서가 가능하게 만들어줍니다. 그리고 미래에는 '자아실현'을 가능케 할 것입니다.
펜팔 친구 한 명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오늘은 '10월 9일 한글날'입니다.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사는 물론, 한글이 있기까지 많은 분들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다시한번 감사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오늘을 계기로 더욱 열심히 읽고 쓰겠다고 다짐하면서 포스팅을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10월 9일 한글날, '한글'과 '문자'는 너무나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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