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있는 삶

《욕망으로부터의 자유





품격 있는 부자가 오래 간다


품격 있는 부자들은 세상을 낙관적으로 멀리 보고 사람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모습이 보인다. 선한 의지를 이웃에 펼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지식축적, 인간관계 같은 무형자산을 늘리 기회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늘어난다. 무형자산이 쌓이다 보면 은연중에 유형자산의 가치를 높이는 부수효과로 더 큰 부를 축적하는 바탕이 이루어진다. 반대로, 황금을 쫓아 남아메리카를 유린한 코르테스처럼 '돈으로만 고칠 수 있는 마음의 병'에 걸려 찌들다 보면 무엇인가 거머쥐고도 감사할 줄 모르고 점점 더 목말라 한다. 결국 불안과 번민에 빠져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구렁텅이에 빠뜨린다. 탐욕을 주체하지 못하는 불완전한 인간의 한계일까? 어느덧 재물도 권력도 잃어버리고 사람들도 흩어져 '단절의 벽'에 부딪힌다.



  사람이란 다른 동물과 달리 배부르게 먹는다고 해서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고 나름대로 정신적 만족을 주는 지적재산이 절대 필요하다. 배운 것이 많아도 사회와 단절되거나 겸손한 자세를 가지지 못하면 새로운 지식 습득과 응용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지적자산은 인적자산과 결합되어야 새로워지고 확장되어 나간다. 변화의 속도가 점점 빨라질 (미래)사회에서 물적재산은 중장기에 있어서 그 가치가 변해 가고 있음을 인식하여야 한다. 산업사회와 달리 지식사회, 정보화 사회에서 자본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오늘날에는 지식과 창의력만으로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큰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음을 생각해 보자. 현실세계에서는 글줄이나 읽었다는 먹물들이 자신에게만 무한히 관대한 논리를 펴다 보니 지식이 사회발전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사회악으로 작용하는 사례까지도 발생하고 있다.


  오랫동안 부자들의 재산관리 상담을 해온 휴즈(J. Hughes)는 저서 '가문의 부'에서 재산을 인적자본, 지적자본, 재무적자본 3가지로 나누었다. 연구끝에 인적자산과 지적자산을 중시하는 가문이 물적재산을 오래 지켜내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해 냈다. 개인이나 기업의 인적자산이나 지적자신이 든든해야 변화무쌍한 세상에서 위험과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나아가 물적자산을 확충시킨 가능성이 커진다. 이들 3가지 자신이 조화를 이루어야 진정한 의미에서 여유롭게 부를 향우할 수 있음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물질에 몰두하다 보면 어느덧 인적자본, 지적자본이 황폐해져 외톨이로 전락하고 사회와 '단절되는 비극'을 맞을 수 있다. 돈이란 요물 같은 것으로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가면 탈이 나고 변고의 원인이 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변함없는 경험칙이다. '돈으로만 고칠 수 있는 마음의 병'이 들면 대부분 돈으로도 고치지 못하는 불치병으로 변하기 쉽다.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서로 신뢰하고 함께 호흡하지 못하면 그 많은 돈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개인이 축적한 부는 노력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사회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혜택을 받았기에 가능하였음을 알아야 한다. 만약 빌 게이츠 같은 거부들이 경제발전이 진행되지 않은 오지에서 태어났다면 그처럼 큰 능격을 발휘할 수 있었을까? 그들은 그 진실을 깨닫기에 대부분의 재산으로 사회에 공헌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뿐만이 아니겠지만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천민자본주의가 상당기간 이어지면서 돈이면 무엇이든 다 된다는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해졌다.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내가 없으면 다 필요 없다'는 착각에 빠지게 되면 조그만 사익을 위하여 사회에 커다란 손실을 끼치다가 제 자신도 결국에는 불안과 번민의 사슬에 스스로 묶이기 마련이다. 


  경제적 동물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동물이며 생각하는 존재인 인간에게 행불행은 마음먹기 달렸다. 욕심에 눈이 어두우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인간으로서의 긍지를 잃어버린다. 재물이나 출세로 말미암아 허망한 자만심에 빠져 소중한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트리는 경우는 주변에서도 가끔 보인다. 돈도 권력도 오래 남지 못하고 그저 스쳐지나간다는 사실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사회적 건강. 정신적 건강은 스스로 자긍심을 갖게 하여 진정한 만족감을 느끼게 해주는데, 경제적 성과에 매몰되다 보면 인간으로서 소중한 무엇을 읽기가 쉽다.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절대빈곤 단계를 벗어나서 근검저약하면 재력은 우리 인생에서 그리 절대적이지 않다는 사실이다. 욕심을 뿌리치지 못하는 인간이 상대적 빈곤을 극복하지 못하여 맹목적으로 돈을 좇게 하고 급기야 남의 것까지 삼키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동물의 세계'를 보면 맹수들도 제 배가 부르기만 하면 먹잇감을 더 이상 괴롭히지 않는다. 생각하는 인간이 때로는 생각하지 못하는 짐승으로부터 배워야 하는 장면이다.


  부자가 되어 선한 의지까지 가진다면 인적재산을 소중히 여기게 되고 지적재산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기 마련이다. 지적재산을 소중히 보호하고 융합하다 보면 물적재산의 가치증대는 부수적으로 이루어지고 위험과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완충능력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이래저래 품격 있는 부자가 오래, 그리고 가치 있게 부를 향유하기 마련이다. 


  인간 세상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선의지를 크게 가져야 성숙한 인간으로서 행복을 오래 누릴 수 있다는 뜻이다. 사람이 돈의 주인이 아니라 돈의 노예가 되는 비극을 막으려면 '품격 있는 인간'이 되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 사마천도 "돈을 벌기 전에 먼저 인간의 그릇부터 키워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칸트는 선하게 행동하려는 의지 그 자체가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보석처럼 빛나는 가치를 갖는다고 하였다. 설사 목표에 다다르지 못할지라도 선의지를 가지는 자체만으로더 커다란 가치가 있다고 하였다. 동양에서도 가난한 사람이 불전에 바치는 정성어린 '빈자일등'이 부자의 등 만 개보다 더 밝게, 더 오래 빛날 수 있다고 하였다. 물질도 중요하지만 마음가짐이 더욱 소중하다는 교훈을 준다. 선의지와 '빈자일등'은 인간에 대한 애정인 '공동선'의 바탕이 된다. 그러한 마음가짐이 널리 퍼질수록 인적자산, 지적자산을 쌓아가는 지름길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저마다의 절대 가치들을 돈보다 더 귀하게 여기는 그 순간부터 근심과 걱정의 그림자는 점점 멀어져 간다. 무서운 탐욕의 함정에서 벗어나 '욕방으로부터의 자유'를 느낄 수 있다.



《욕망으로부터의 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