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놈만 팬다
오래된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은 액션과 코미디가 잘 뒤섞인 영화다. 이유 없는 액션에 살짝 황당하지만 보는 내내 웃음을 주고 끝까지 몰입하게 하는 재미가 있다. 영화에는 수시로 패싸움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눈길을 끄는 사람이 있다. '무대포'역으로 연기한 유오성. 건달인 유오성은 싸울 때마다 딱 한 사람만 끈질기게 쫓아가며 때린다. 도망가면서 맞고 또 맞던 상대는 "왜 나만 때려?" 하고 울듯이 소리친다. 그러자 유오성의 대답. "난 늘 한 놈만 패."
글을 쓴다면 영화 속의 유오성처럼 한 놈만 패는 게 좋다. 아니 한 놈만 패야 한다. 그래야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다.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 방법으로 가장 좋다. 글 한 편에 하나의 메시지만 담는 것. 그래서 그것을 분명하게 말하는 것. 글을 쓸 때 한 놈만 팬다는 건 그런 의미다. 원 샷 원 킬. 글을 쓰는 사람은 모두 저격수다. 하나의 총알로 하나의 목표물. 하나의 원고에 하나의 메시지. 그렇게 쓸 때 글의 요지가 명확해지고 읽는 사람도 저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제대로 알아듣는다.
어떤 사람이 맛집에 대한 그을 이렇게 쓴다. 처음은 일부 블로거들의 보기 흉한 행태를 비난한다. 블로그에 맛집으로 올려주겠다며 음식접에서 돈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폭로하듯 펼쳐낸다. 중간부터는 맛집들의 특급 노하우를 칭송한다. 현지에서 직송하는 재료, 한 달이 넘는 숙성 과정, 정성이 가득한 육수 추출 등을 상세히 알려준다. 이런 노력이 있어서 맛집이라는 소리를 듣는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후반부에는 맛집들의 예전과 달라진 맛을 한탄한다. 맛집으로 뜨고 나면 서비스와 맛이 예전처럼 유지되지 않는다는 안타까움으로 끝을 맺는다. 이 글은 무얼 말하고 있는 걸까?
맛짐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딱 잘라 맛집에 관한 글이라고 하기에는 초점이 너무 분산되어 있다. 이 글의 제목을 뽑는다면 어떤 게 잘 어울릴까. 한 줄의 제목으로 묶기에는 그에 담긴 내용이 너무 다른다. 한 줄로 표현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 글은 세 꼭지로 나눠서 쓰는 건 어떨까. 도입부의 돈 받는 블로거 형태로 한 꼭지, 맛집들의 숨겨진 노하우로 한 꼭지, 맛이 변한 맛집들 이야기로 또 한 꼭지. 이렇게 글을 구성하면 각각의 꼭지마다 글 내용이 명확해진다. 한 줄 제목으로도 쉽게 표현한 수 있다. 이렇게 쓰는 게 '한 놈만 패는' 글이다. 이놈도 패고 저놈도 패다 보면 정말 패야 할 놈이 누구인지 알기 어렵다. 한 놈만 패는 게 좋다. 특히 글쓰기에서는.
하나의 글에는 하나의 메시지만 담아야 한다. 원 샷 원 킬은 메시지 전달에 가장 좋은 구조다.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다면 더 그렇다. 기량도 기본도 갖추지 못한 채 글쓰기를 하고 있다면 하나에 집중하기도 쉽지 않다. 그럴수록 더욱 한 놈만 패야 한다. '너무 단순한 건 아닐까. 혹시 무성의 하게 보이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다른 이야기에 대한 욕심이 생기고 글의 초점이 흐려진다. 필요 없는 생각이다. 단순 무식하게 하나의 메시지에만 집중하는 게 최고의 선택이다.
"난 늘 한 놈만 패." 이 말은 명언이다. 글을 쓸 때 평생 잊지 말아야 할 문장이다. 최고의 좌무명으로 삼아야 한다. 여려가지 내용을 한 꼭지의 글을 시다면 기량을 익힌 다음에 시도해도 늦지 않다. 자기 마음대로 글의 흐름을 요리할 수 있고 원하는 대로 문자오가 어휘를 지휘할 수 있을 때, 그때 하면 된다. 아직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한 번에 다루기 힘든 글쓰기 실력이라면 미리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다. 총알 한 방에 하나의 목표물, 글 한 꼭지에 하나의 이야기, 메시지를 잘 전달하려는 글을 쓰려면 한 놈만 패기. 원 샷 원 킬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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