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있는 삶

법륜 스님의 《나는 괜찮은 사람입니다》에서,,



내려놓고 인정하고 나를 사랑하는 법《나는 괜찮은 사람입니다_법륜스님》



  "스님께서 명상이 무의식에 영향을 준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어떤 과정을 거쳐서 그렇게 되는지 과학적인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그 과정을 이해하면, 앞으로 명상할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불교에서는 인간의 정신 작용을 여덟 가지八識로 분류합니다.


  먼제 제1식에서 제5식까지를 전오식前五識이라고 하는데, 이는 다섯 가지 감각 기관을 통해서 어떤 대상을 식별하는 정신 작용을 뜻합니다. 즉, 눈으로 보는 안식眼識, 귀로 듣는 이식耳識, 냄새를 맞는 비식鼻識, 혀로 맛보는 설식舌識, 몸으로 감촉을 느끼는 신식身識 등이 전오식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제6식부터 제8식가지를 후삼식後三識이라고 하빈다. 후삼식은 3단계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어요. 제6식 의식意識은 여러 감각 기관을 통해 얻은 전오식이 종합되어서, 뇌에서 일어나느 마음 작용입니다. 생각하고, 가치를 판단하는 이런 이성적인 작용을 제6식인 의식이라고 해요. 제7식 말나식末那識은 의식과 무의식 중간에 잇는 식識입니다. 제8식 '아뢰야식'은 모든 정보와 경험이 총체적으로 쌓여 있는 정보의 창고(함장식)인 잠재된 무의식입니다.


  현대 서양 정신분석학의 용어로 말합면 제6식은 의식, 제8식은 무의식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밤에 잠을 잘 때, 꿈을 꾸면 무의식의 일부가 의식의 세계로 떠오릅니다. 꿈을 의식으로 통제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무의식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꿈을 알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의식에 가깝다고 볼 수 있어요. 그래서 꿈은 제6식인 의식과 제8식인 무의식의 중간에 있는 제7식인 말나식末那識이라고 합니다.


  눈을 감고 명상을 하면, 처음에는 이런저런 생각인 의식이 떠오릅니다. 이때, 생각에 끌려가지 말고 생각을 탁 놓아 버리면, 무의식으로부터 마치 꿈처럼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꿈도 아니고, 그렇다고 생시도 아닌, 무언가 혼미한 상태가 됩니다.


  이렇게 무의식이 드러날 때, 혼미한 상태에 빠지지 말고 호흡을 알아차리면 마치 꿈속에서 '이건 꿈이다'하고 알아차리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가 꿈을 꿀때는 꿈인 줄 모르잖아요. 꿈이 진짜인 줄 알고 강도가 쫓아오면 두려움을 느끼죠. 하지만 꿈속에서 '이건 꿈이야!'라고 안다면 강도가 쫓아와도, 호랑이가 나타나도 두려워하지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그건 꿈일 뿐이니까요.


  어떤 마음의 상처, 즉 트라우마가 기억이 나면 눈물이 나거나, 화가 납니다. 마치 지금 그 일을 겪는 것 같은 감정에 휩싸이게 되지요. 그런데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계획 호흡을 알아차리려면, 그런 기억이 일어나더라도 그냥 '아! 그런 일이 있어구나' 하고 남의 일 보듯이 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마음의 평정심을 계속 유지할 수 있으면, 그런 트라우마는 대부분 치유가 돼요. 그렇게 되면, 나에게 상처였든 그 사건을 기억은 하지만 감정이 덧나지 않는 경지로 나아갈 수 있어요. 그래서 명상을 하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고 말하는 거에요.


  상처가 치유되면 성격이 바뀐다든지 마음씀씀이가 바뀌기도 합니다. 하지만 마음이나 성격은 의식적으로 각오하고 결심한다고 바뀌지 않습니다. 무의식에 있는 상처가 치유될 때 저절로 변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과거의 생각이든 미래의 생각이든, 그 어떤 생각이 올라오든지 간에 그것을 좋아하지도 말고 싫어하지도 마세요. 다만 호흡을 알아차리세요. 이것을 계속 연습해야 합니다.


  물론 이렇게 일주일에 한 번 명상을 40분씩 한다고 해서, 무의식에 이를 수는 없어요. 하루 종이 열흘 정도 명상을 계속하면, 무의식이 일어납니다. 이때, 많은 사람들이 과거의 상처가 떠오른다고 자신의 감정을 호소합니다. 이렇게 무의식에 새겨진 과거의 상처가 떠오를 때마다 또다시 분노하거나 원망하고 슬퍼하면, 치유가 되지 않고 상처가 덧나게 됩니다. 그러면 그냥 꿈에서 놀란 것과 같아요. 그런 무의식이 올라오더라도 평정심을 유지해서 다만 호흡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두 번 세 번 놓치더라도,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는 연습이 되면, 나중에는 사건을 기억할 뿐이고 상처는 치유가 됩니다.


  과거의 상처가 쌓여 있으면, 알게 모르게 현재와 미래에 장애가 됩니다. 하지만 상처가 치유되면, 과거의 그 어떤 경험도 현재와 미래에 긍정적으로 작용해요. 만약 내가 가난하게 자라서 가난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고 해봅시다. 어릴 때 생각만 하면 나도 모르게 자꾸 화가 나요. 그러면 현재에도 미래에도 가난에 대한 열등감, 혹은 두려움이 자꾸 일어납니다. 또 부자들을 미워하거나 동시에 부러워하기도 하죠. 그러나 가난에 대한 트라우마를 치유하면, 어릴 때 가난하게 살았던 과거의 경험 덕분에 가난한 사람들을 이해하기도 쉽고 또 겸손하게 살아가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이처럼 가난하게 살면서 겪었던 모든 일들이 오히려 현재와 미래에 자신이 되는 거에요.


  아무리 나쁜 조건에서 고통스럽게 살아왔더라도, 이런 깨달음을 얻으면 나쁜 경험도 모두 내 삶의 긍정적 요소가 됩니다. 똥이 방 안에 있으면 오물이지만, 밭에 가면 거름이 돼요. 마찬가지로 어떤 사건이 마음의 상처로 남아 있으면 내 삶의 장애가 되지만, 상처를 치유하면 유용한 자산이 됩니다.



법륜 스님의 《나는 괜찮은 사람입니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