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있는 삶

《뜻으로 읽는 우리몸 '해부 생리학'》에서 (저자 안의태, 안혜조)

 

 

  

 

《뜻으로 읽는 우리몸 '해부 생리학'》

제2장 신경계통

 

네 발 동물은 머리가 맨 앞에 위치하여 목은 머리를 더 멀리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머리는 공격과 음식 섭취의 일선기관이므로 특히 턱이 앞으로 돌출되어 있고, 적이나 음식을 발견하기 위해 시각.청각.후각을 사용한다. 그러나 사람의 경우 직립 보행하는 두 발 동물로 변하면서, 눈의 높이가 높아져서 청각이나 후각보다 시각의존도가 높아지고, 머리보다 팔이 더 멀리 뻗게 되어 공격이나 포획수단도 입에서 손으로 바뀌게 되었다. 따라서 앞으로 돌출했던 턱이 점차 들어가게 되고 팔과 어깨의 관절은 보다 유연하게 진화했다. 뇌가 점차 커지면서 머리뼈의 크기도 지능이 높아졌으며 턱이 들어가면서 얼굴뼈도 변형되어 큰 수직형 머리로 변하여, 작은 수평형 머리를 지닌 네 발 동물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형상을 갖게 되었다.    

  

  최초의 컴퓨터는 집채만 했으나 요즘은 손바닥에 들어오는 컴퓨터도 최초의 컴퓨터보다 성능이 훨씬 좋아졌다. 컴퓨터가 50여 년 동안 진화하면서 엄청나게 작아지면서도 더욱 똑똑해졌지만, 사람처럼 오른손으로 운전하면서 왼손으로 핸드폰 통화하고 눈은 신호등 보면서 발로 브레이크 밝고 귀는 CD를 듣는 동시다발적 능력을 갖추기에는 아직 까마득한 실정이다.

   

뇌는 200만년 동안 진화해 오면서 사람을 지배할 뿐 아니라, 너무 똑똑해서 우주까지도 품에 안으려 하니, 흔히 뇌는 우주의 축소판인 '소우주'라 하고 우주는 '대우주'라 부를 정도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형상을 본떠서 사람을 만드셨다'는 말은 아마도 '당신의 뇌를 복제하셔서 사람의 머리 속에 넣어 주셨다'는 뜻일 게다. 도대체 어떤 뇌이기에 지구를 온통 파헤쳐 바꿔놓고 우주까지 올라가서 그 곳 땅까지 파오는지 하느님도 궁금해 하실 거다.    

 

  뇌의 탄생도 신비로운 면이 많다. 뇌의 성능이 너무 좋은 데다가 몸이 생길 때(엄마 자궁 속 태아)부터 뇌가 몸을 지배하려다 보니 뇌가 너무 빨리 커지고 만다. 그 결과 머리가 너무 커서 엄마의 골반을 빠져나오기 어려울까봐 인간은 생리적 조산(병이나 사고가 아니라는 뜻이다)록 진화되었다. 대부분의 동물의 새끼는 태어나서 곧 도망갈 수 있어서 자연에서 살아 남기 쉽지만, 사람은 커다란 머리통 때문에 너무 빨리 세상에 나온 탓으로 캥거루 새끼처럼 엄마의 보호 아래 한참을 커야 한다. 뇌는 엄마가 임신을 깨닫기도 전인 임신 16일째부터 생겨나서 임신 태아의 성장을 지휘감독하게 되는데 처음에는 머리통만 있는 것처럼 보이다가 몸이 커 가면서 머리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사람의 머리는 임신 3개월에는 키의 1/2, 만삭 때는 1/4로 되며, 성인이 되어 키가 다 자라면 머리의 크기가 키의 1/8로 되어 흔히 말하는 '8등신'이 된다. 이는 뇌가 사람의 몸을 키우는 일을 점차 줄이고, 몸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지식, 철학, 정치, 문화 같은 일에 전념하게 되는 과정을 보이는 것이다. 일단 몸을 열심히 키운 다음 점차 똑똑한 주인 노릇을 하는 것이다.      

 

  태어날 때까지는 좁은 자궁과 골반 때문에 제대로 크지 못하고 생리적 조산으로 일찍 세상에 나온지라 생후에는 계속 빠른 속도로 자라서 세 살이면 벌써 뇌에 필요한 세포나 혈관은 거의 갖추지만, 뇌세포 서로 사이에 연락망을 갖추는 데는 3년이 더 소요되어 6세이면 뇌로서 활동할 태세를 제대로 갖춘다. 대부분 국가들이 국민교육을 시작하는 나이를 6세 전후로 잡는 이유가 '뇌의 준비상태'에 맞춘 것이다. 뇌에서 세포건축을 시작하는 때는 3세부터이므로 건축 때부터 뇌를 제대로 만들자는 이론에 따른 교육이념이 조기교육이라고 생각하면 맞을 것이다.   

 

  뇌는 시각을 통해 가장 잘 발달하기 때문에 TV시대에 들어오면서 어린아이의 뇌가 급진적으로 발달하여 3세 아이를 보면 50년 전의 7-8세 아이 이상의 정보를 지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컴퓨터시대에 와서는 정보습득 능력이 뚜렷하게 향상되었다.   따라서 필자 개인 생각으로는 6~24세에 이르는 18년의 교육제도를 4~19세 사이 15년으로 해도 과거보다 훨씬 질 높은 교육을 할 수 있고, 국가 인력수급, 교육비, 유아교육과 모성권리, 인구 노령화와 노동력 문제를 해결하고, 영특하게 진화해버린 우리의 뇌도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요가와 같이 '몸과 뇌의 조화를 지상목표로 하는 수련도 3~4세부터 시작하면 가장 이상적인 '건강한 육체와 긍정적인 뇌를 지닌 국민'을 키워낼 수 있을 것이다. <안의태 - 뇌와 요가(2001,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