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있는 삶


글쓰기 관심은 운동을 하겠다는 결심과 같다. 하는 만큼 더 건강해진다는 점에서 운동은 분명히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행위다. 그럼에도 운동이 습과화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자기를 위해 운동이 마치 남을 위해 억지로 하는 봉사활동만큼이나 힘들거나 귀찮다. 반면에 자신에게 해가 되는 식습관을 즐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을 잘 쓴다는 건 더 나은 생각문장을 만드는 일이다. 더 나은 생각문장이 자기 삶에 더 나은 도움을 주리란건 자명하다. 자기만의 더 나은 생각을 가지려면 더 나은 문장을 찾아야 한다. 더 나은 생각문장을 찾아, 꾸준히 읽고 써야 한다. 그러나 습관화되지 않은 사람에겐 귀찮고 힘들게 느껴진다. 

   이처럼 인간은 결코 이기적이지 않다. '인간은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존재다'라는 말은 제대로 검증되지 않는 통념이다. 인간이란 자기에게 도움 되는 행동을 힘들어하고, 해를 끼치는 행동은 더 좋아하기도 하는, 자기 배반적인 존재다.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행동만 추구할 만큼 영리하지 못하고 해가 되는 행동을 중단할 만큼 민첩하지도 못하다.


『생각을 문자로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 실전편_이만교』중에서





독서평 『생각을 문자로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 실전편_이만교』


안녕하세요 김찌입니다. 우리는 늘 '실행하면 좋은 것들'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운동과 독서, 여행, 취미 등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예를 들자면, "걷기나 달리기가 건강에 매우 좋다는데...", "독서하면 지혜롭고 현명해 진다고 하는데...", "행복감을 느끼는데 여행과 같은 취미 활동이 아주 좋다고 하던데..."등등, 얼마간의 노력과 시간을 들여 습관화 시키면 이익이 되는 활동이 우리 주변에 아주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하는 것은 힘들어하고, 도움은 커녕 해를 입히는 행동을 더 좋아하거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반복적으로 행하면서 좋지 않은 습관이 몸에 베는 것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제 경우만 보더라도 몸에 좋은 운동이나 여행 등을 "꼭 해야지!", "꼭 다녀와야지!" 하면서 굳은 결심을 해 봐도 좀처럼 이행하지 못하고, 몸에 좋지 않는 커피와 담배는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데, 도대체 이유가 뭘까요? 하면 좋은 것은 안 하고, 하면 해가 되는 것을 끊지 못하는 것은 인간의 어떤 '기질'이 영향을 끼치는 걸까요? 이 질문데 대한 답을 책 『생각을 문자로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 실전편』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의지박약한가

어떤 사람이 노력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 그 사람에게 노력할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마디로 의지박약인 것이다. 술을 끊겠다며 끊지 못하는 사람, 일찍 일어나겠다며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 도박을 그만두겠다며 그만두지 못하는 사람, 화를 내지 않겠다며 다시 화를 내는 사람 모두 의지가 박약해서다, 라고 우리는 생각해왔다.

   하지만 여러 뇌과학 실험에 의하면, 자유의지라 불릴 만한 것이 우리 개인에게 존재하는지 의심스럽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벤저민 리벳Benjamin Libt의 실험이다. 그는 인간이 자신이 움직이기로 결심했다고 느끼기 300 - 700밀리초 전부터 뇌의 운동피질에서 활동이 나타난다는 것을 뇌파검사를 이용하여 보여준 것으로 유명하다. 지원자들에게 10분 안에 스스로 선택해 아무 때나 손가락을 움직여보라고 지시했다.

   이 사실은 손가락을 움직이는 행위가 각자의 자유의지에 따른 것이라는 주관적 느낌이 강하지만, 뇌전도 측정 결과는 손가락을 움직이기 거의 1초쯤 앞서 뇌 활동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뇌의 명령이 1초 먼저 시작된다면 어떻게 우리의 의지가 원인일 수 있을까.

   또 다른 연구에선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장치를 사용하였다. 그들은 어떤 단추를 누를지 결정하는 순간 어떤 신호가 나타났는지 살폈다. 실험자들은 피험자들이 결정을 의식적으로 내리기 전에 어떤 단추를 누를지에 관한 정보를 포함하는 뇌 부위 두 곳을 발견했다. 최근에는 뇌피질에서 직접 녹화한 정보로 피험자가 스스로 내린 결정을 인식하기 700밀리초 전에 뇌피질에서 단 256개의 뉴런 활동을 보여주였는데, 이를 통해 피험자 결정을 80퍼센트의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었다. 



독서평 『생각을 문자로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 실전편_이만교』



이런 발견들은, 우리가 믿고 있는 '자유의지'가 생각만큼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또, 좋은 것을 이행하거나 좋지 않을 것을 삼가려는 노력과 행동이 이성적 판단에 의한 자유의지가 발현되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기 전, 다음에 뭘 할지 알기 전 찰나의 순간에 우리의 뇌는 우리가 뭘 할 지를 이미 결정해 놓습니다. 그런 다음 우리는 이 결정을 의식하게 되어 우리가 결정을 내리는 과정 속에 있다고 믿어버리는 것입니다.


이 책 『생각을 문자로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 실전편』의 저자는 "우리가 노력하면 좋은 줄 알면서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의지가 박약해서가 아니다. 그런 자유의지 따위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우리의 의지는 자신이 의식적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뒤늦게 의식화되는 것은 인지하는 반응이고 결정은, 의식하기 전에 만들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언어 점화 실험

심리학자 캐슬린 보Katherine Vohs는 '돈'을 머리에 떠올릴 때 사람들이 어떤 무의식적 경향을 갖게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실험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문장 만들기를 시켰다.

   A그룹에게는 '생각' '아버지' '아들' '술' '마신다'와 같은 단어로 문장을 완성시키도록 했다. 이 경우 '아버지는 아들 생각을 하며 술을 마신다'와 같은 문장 조합이 가능하다. B그룹에게는 '은행' '적금' '오후' '2년 만기' '가다'의 단어를 제시하여, '오후에 은행에 가서 2년 만기인 적금을 들었다'와 같은 문장을 만들게 했다.

   실험 후 A그룹 참여자에 비해, B그룹 참여자들은 서로 도움을 주지도 않을 뿐 아니라 받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가령 복도에 불우이웃돕기 모금함을 놓아두거나 컴퓨터 코딩 작업을 도와 달라고 부탁하거나 의자 배치 도움을 청했을 때 한결 소극적이었다. B그룹 참여자들은 자신이 돈과 관련된 언어 점화를 받은 사실을 뚜렷이 의식하지 못한 채, 한결 이기적인 '고독한 개인'으로 행동했다.


이 실험은 '인간은 자신도 모르는 점화 자극에 영향을 받으며 사는 존재라는 점' 그리고 '인간은 매우 미세한 점화 자극에도 영향을 받는 매우 섬세한 존재라는 점'을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좀 더 노력하면 좋아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노력하지 못하고, 해를 입힐 행동임을 알면서도 끊지 못하는 것은, 우리 인간이 자유의지를 가진 자율적 존재라기보다는 스스로도 미처 알지 못하는 수많은 점화 자극에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저자는 "오늘 저녁에 라면을 끓여 먹을까, 짜장면을 시켜 먹을까?" 하는 단순한 선택조차 알고 보면 내 마음대로 결정한 게 아니라, 관련된 점화값에 따라 내가 선택하기 0.5초쯤 전에 뇌에서 통보한 것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만약 내가 라면이 아니라 짜장면을 선택했다면, 그것은 자율적 의지가 아니라, 수많은 점화 자극의 정보값들이 일으킨 생화학적 알고리즘의 나름 정밀한 계산값에 의한 결정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전날 라면을 많이 먹어 라면이라면 냄새도 맡기 싫은 데 반해 짜장면은 먹은 지 너무 오래돼서 먹고 싶다거나,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짜장면을 맛있게 먹는 장면을 전날 드라마에서 본 기억 때문이거나, 이틀 전 배고플 때 맡은 짜장면 냄새 때문이거나, 동네 중국집 짜장면에 들어간 인공조미료 맛에 중독된 상태이거나.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할 때 전제 되어야 할 다섯 가지

첫째, 인간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행동만 쫓는 이기적인 존재가 결코 아니다. 자신에게 도움 되지 않는 행동을 할 때도 많다. 즉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있을 때가 많다.

둘째, 인간은 해야 한다는 걸 잘 알면서도 하지 못할 때가 많은데, 그럴 때는 반드시 그럴 만한 자연스러운 구체적 점화 이유가 존재할 것이다.

셋째, 인간은 자기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정밀한 반응체로, 자신의 행동은 자기 안팎의 다양한 점화 자극의 영향에 따른 매우 정밀하고 셈세하고 정확하고 자연스럽고 당연한 반응이다.

넷째, 인간은 자신이 어떤 해동을 할지 그 행동을 취하기 0.3 - 0.7초쯤 전까지는 결코 알지 못한다.

다섯째, 한 인간을 더 멋진 인간으로 이끄는 자기 안의 순수한 자유의지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의지를 일으키는 무수한 점화들은 언제나 가능하다.

 




독서평 『생각을 문자로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 실전편_이만교』



『생각을 문자로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 실전편』이 글 잘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는 것을 제목과 차례로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많은 글쓰기 책을 읽어 보았지만 이 책과 같이 과학 실험을 바탕으로 한 인간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책은 처음 접하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시작 부분에서 자유의지와 점화 자극을 논하고 '인간에게 자유 의지는 없다'는 낯설고, 어떤 면에서는 극단적이고도 할 수 있는 주장을 펼치면서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있습니다. 


저자의 주장은, 우리가 평소 내리는 결정과 행동, 그에 따르는 결과는 자유 의지에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닌, 결정을 내리기 직전에 받은 '점화 자극'에 따른 다는 것입니다. 서평이나 감상문은 책을 모두 다 읽고 나서 쓰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저는 대부분 독서하는 중간 블로그를 통해 독서평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이번에는 책을 다 읽고 서평을 작성해야겠다." 다짐하지만, 막상 책 읽기에 돌입하면 의지와 다른 행동(책을 완독하기전에 '독서평 포스팅'을 하는, 지금처럼)을 하게 됩니다.


『생각을 문자로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 실전편』 1장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내가 그동안 해왔던 습관이나 패턴, "이렇게 하는 것도 괜찮네!" 하는 자극이 삶의 많은 부분을 지배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점을 '습관의 중요성' '습관의 영향력' 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와는 다르게 어떤 행동을 취하기 전에 내리는 결정은 행동하기 직전에 받은 점화 자극, 예를 들어 "이 책은 평가가 좋기 때문에, 주말인데 블로그 포스팅을 안할 수 없으니까, 1일 1포스팅을 다짐했는데 최근 2~3일 동안 블로그를 하지 않았으니까" 등의 자극이 작동했기 때문입니다.


『생각을 문자로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 실전편』은 총 3부로 되어 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막 1부를 읽고 난 직후입니다. 위에서 잠시 언급한 바 있지만, 이 책은 독특한 구성을 하고 있는데, 글쓰기 공부법에 관한 책으로는 드물게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책값도 2만 원이 넘습니다. 1부 읽기를 끝마치고 든 생각은 한마디로 '우리에게 전해주고 싶은 지식과 이야기가 참 많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저자가 1부에서 말하고자 했던 핵심은 아래 내용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내용을 전해 드리면서 오늘 포스팅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읽기 쓰기를 반복하면, 그래서 읽기 쓰기 연습이 '체화'되면, 육체 스스로 그 시간만 되면 읽거나 쓰고 싶어진다. 매일 동일한 시간에 읽기 쓰기를 공부하면, 몸(뇌)은 그 시간만 되면 저절로 보다 강렬한 언어를 찾기 시작한다. 처음엔 공부가 힘들지만, 차차 공부를 안 하면 공허해져서 공부 안 하는 게 하는 것보다 더 힘들게 느껴진다.

   꾸준히 노력하지 않으면 불편해지는, 공부하지 않으면 불편해지는 체화 상태는 참으로 멋진 글쓰기 공부 기초 기술이다. 가장 간단한 글쓰기 체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손에서 책을 떼지 말 것. 둘째, 언제든 메모할 것. 책을 열심히 많이 읽을 필요 없다. 그냥 가장 읽고 싶은 책 한 권만큼은 늘 갖고 다니는 습관만 들이자. 안 읽어도 된다. 늘 갖고만 다니자. 언제까지? 읽을거리가 손에 들려 있지 않으면 허전할 때까지. 그리고 메모해둘 가치가 있다 싶은 생각이 떠오르면 그 즉시 메모해두자. 언제까지? 메모해둘 가치가 있는 생각을 메모하지 않으면 속상할 때까지.


매력적인 삶은 이러한 체화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다. 피아니스트의 현란한 손가락 움직임을 보라. 축구선수의 현란한 드리블 솜씨를 보라. 체조선수의 현란한 몸동작을 보라. 모두 반복 점화에 따른 체화가 이루어낸 경지다. 인간의 가장 기초적인 체화는 언어 행위다. 엄마, 라는 단어를 발음하기 위해 2만 번을 반복한다. 수능을 보기 위해 문제풀이를 반복하고 영어를 익히기 위해 단어 외우기나 리스닝, 스피킹을 수없이 반복한다.

   체화란 정말 좋은 것이다. 어떤 사람이 잘나 보이는 것은 잘나 보이는 만큼의 체화 덕분이다. 일단 체화가 되면 저절로 이루어진다. 노력하기는 힘들지만, 노력의 반복은, 노력을 저절로 하게 만든다. 뇌는 반복하면 중동되는 성향이 있다. 한번 자전거를 익혀두면, 한번 운전을 익혀두면, 한번 타이핑을 익혀두면, 한번 영어를 익혀두면 평생 그러한 행위를 마치 타고난 본성처럼 활용한다.



독서평 『생각을 문자로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 실전편_이만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