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 『프레임』의 저자 최인철 교수가 쓴 또 다른 책 『굿라이프』를 읽고 있다. 현재 시간 밤 10시 47분으로 "이 부분만 읽고 자야지!"했다가 책 읽기를 중단하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Chatper 03 행복한 사람들의 삶의 기술>의 4번 '돈의 힘보다 관계의 힘을 믿는다' 부분을 필사하기 위해서다.
Chatper 03. 행복한 사람들의 삶의 기술
4. 돈의 힘보다 관계의 힘을 믿는다
다른 사람 카트에 어떤 먹거리가 담겨 있는지 관찰하는 것은 식료품 매장에서 남몰래 맛볼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이다. 무엇을 해 먹으면 좋을지 막막할 때 힌트를 얻을 수도 있고, 때로는 저런 것도 먹는구나 하는 신기함을 경험할 수도 있다. 명품을 휘두련 여인의 카트에 족발이 담겨져 있을 때는, 역시 사람을 외모로 추측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까지 얻기도 한다. 이렇듯 남의 카트를 관찰하는 행위는 (조금 과장하자면) 취향의 다양성에 대한 인류학적 체험을 제공한다.
마트의 인류학적 체험에서 발견하는 가장 흥미로운 사실은, 사람들의 입맛이 놀라울 정돌 제각각이어서 내 카트에 담겨 있는 것들과 완벽하게 똑같은 것들을 구입한 사람을 지금껏 단 한 번도 발견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만일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너무 반가운 나머지 와락 껴안을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취향이 원래부터 그렇게 다양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취향이 동등하게 존중받을 만한 것은 아니다. 고칼로리 제품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 있거나, 야채나 생선이 전혀 없는 누군가의 카트는 별로 부럽지가 않다.
식료 매장 카트의 내용물이 그 사람의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의 반영이자 동시에 그 사람의 건강을 예측할 수 있는 중요 단서가 되듯이, 우리의 '경험카트'도 그렇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매장에서 경험을 쇼핑하는 사람들이다. 시간과 돈을 지불하고 다양한 경험을 카트에 집어넣는다. 식료 매장에서 다른 사람의 카트를 보며 느끼는 감정들을 다른 사람의 경험 카트를 보면서도 느낀다. 따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도 있고, 저런 것도 하면서 사는구나라는 신기함을 경험하기도 한다. 경험 카트의 내용물 역시 각자의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하지만, 동시에 그들 삶의 중요한 결과들을 예측하게 하는 단서다.
그렇다면 행복한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 카트에 어떤 것들을 담을까? 우리 연구팀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행복한 사람들과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 카트에 넣는 내용물을 비교하는 일련의 연구를 시작했다.
첫 번째로 수행한 연구는, 스트레스를 받은 이후에 경험하고자 하는 경험의 내용들을 비교하는 것이었다. 이는 술 마시고 속이 쓰릴 때 어떤 음식으로 속을 달래는지를 알아보는 것과 비슷하다. 예를 들어 좋은 성적을 받지 못했거나 친구와 다투었거나 혹은 금전적인 손해가 있었을 때, 행복한 사람들과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은 어떤 후속 경험을 통해 아픈 속을 달래려고 할까? 행복한 사람이 경험 카트에 집어넣는 경험의 내용은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집어넣는 경험의 내용과 어떻게 다를까?
일련의 연구에서 우리가 발견한 사실은 행복한 사람들은 '좋은 사람과 보내는 시간'을 자신의 카트에 집중적으로 쓸어 담지만,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은 '금전적 이득'을 주로 담는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행복한 사람들은 친밀한 사람들이 주는 위로를, 행복감이 낮은 사람들은 돈이 주는 위로를 찾았다. 행복감이 낮은 사람은 친구와의 저녁 식사보다는 길에서 우연히 돈을 줍는 것을 선호했다. 금전적 이득으로 스트레스를 해결하려는 것은 마치 술로 쓰린 배를 다시 술로 달래려는 것과 같다. 이 패턴이 만성화되어 있는 사람을 우리는 물질주의자라고 부른다.
우리 연구팀은 물질주의자의 하루를 해부해보려는 또 다른 연구를 수행했다. 참가자들에게 하루에 세 번씩 랜덤하게 문자를 보내, 문자를 받은 순간에 하고 있는 활동이 무엇인지 그리고 함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보고하게 했다. 연구를 시작하면서 우리는 각 참가자의 물질주의 정도를 미치 측정해두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지만 여전히 놀라웠다. 물질주의자들은 TV 보는 시간과 쇼핑하는 시간이 많았다. 반면 책을 읽거나 봉사하는 시간은 적었다. 결정적으로 그들이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은 비물질주의자들에 비해 절대적으로 적었다. 물질주의자와 비물질주의자의 카트 내용이 이토록 달랐기 때문에, 물질주의자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삶의 재미와 의미 그리고 활력은 비물질주의자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에 재미를 더하기 위해 우리 연구팀은 장난기가 가미된 아주 간단한 연구 하나를 진행했다. 우리는 서울대학교 학생들에게 이성 친구와 1주년 기념으로 2박 3일 제주도 여행이 예정되어 있다고 가정하게 하고, 얼마를 받으면 안갈 수 있는 지를 물었다. 이 외에도 친밀한 사람과의 다양한 활동을 가정하게 하고, 각 활동을 포기할 수 있는 액수를 물었다. 예를 들어 크리스마스이브에 이성 친구와 콘서트 가기, 주말에 가족과 영화 보기 등의 일을 포기하는 대가로 얼마를 받고 싶은지를 물은 것이다. 가족, 친구, 연인 등 행복에 중요한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을 돈으로 환산해보게 한 것이다.
결과는 예상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행복감이 상위 50퍼센트인 학생들은 이성 친구와 2박 3일 제주도 여행을 포기하기 위해 무려 약 1천 600만 원은 받아야 한다고 응답했지만, 행복감 하위 50퍼센트인 학생들은 350만 원이면 충분하다고 답했다. 크리스마트이브 콘서트를 포기하기 위해서 하위 50퍼센트 학생들은 40만 원 정도면 된다고 응답했으나, 행복감 상위 50퍼센트 학생들은 무려 600만원을 받아야 한다고 응답했다. 얼핏 생각하면 행복한 사람들이 더 탐욕적이라고 보일 수도 있으나, 실은 그들이 친밀한 사람과의 관게에 매우 큰 가치를 부여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결과다.
관계를 추구할 것인가?
돈을 추구할 것인가?
개인적 취향이라고 치부해버릴 문제가 아니다. 술을 술로 풀면 해롭듯이, 힘든 삶을 물질과 돈으로 푸는 것은 해롭다. 행복한 사람들의 경험 카트를 유심히 훔쳐보고, 그들이 담는 것을 따라 담을 필요가 있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활동에는 여행, 운동, 수다, 걷기, 먹기, 명상 등이 포함된다고 한다. 우리가 비록 과거에 비해 훨씬 부유해졌을지는 몰라도 행복을 가져오는 이런 활동에 보내는 시간은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나의 버킷리스트 1번과 2번이 '해외여행과 해외봉사활동'이다. 유럽배낭여행을 꼭 한번 다녀오고 싶고, 아프리카 난민을 위한 봉사활동 시작 이후 생을 마칠 때까지 지속적으로 하고 싶다.
저자는 "돈으로 시간을 사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유쾌하지도 않고 의미도 느낄 수 없는 일들은 아웃소싱하고,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들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라는 뜻이다. 하버드 대학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시간을 벌어주는 데 돈을 많이 쓰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더 행복한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예를 들면 가사의 부담을 덜기 위해 가끔 가사 도우미를 쓰거나 운전하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등, 자신에게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돈을 쓰는 것이 행복한 사람들의 특징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는 소득 수준과는 상관이 없었다고 한다. 다시 말해 부자가 가난한 사람보다 이런 소비를 더 많이 할 수는 있지만, 시간을 벌어주는 소비가 주는 효과는 소득 수준과 무관했다. 부자들 중에서도 시간을 사는 소비를 하는 부자가 그렇지 않은 부자보다 행복했고, 서민들 중에서도 시간을 벌어주는 소비를 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행복했다는 의미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 연구에서 우리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활동 리스트를 보면 여섯 가지 활동중에서 여행, 운동, 걷기, 명상 등은 내가 평소에 하고 싶은 활동들이면서 쉽게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활동들이다. 연구와는 별도로 건강을 지켜내고 삶의 풍요를 확장하기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인데, 이런 활동이 행복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에 조금 놀랐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나의 버킷리스트는 내 인생에서 가치 있고, 한 번쯤 경험해 보고 싶은 활동을 넘어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는 숨은 욕망이었고, 궁극적인 인생의 목표였던 것이다.
이미지도 없고, 보이고 싶지 않은 글이 되어 버렸지만, 1일 1포스팅 다짐을 지켜야 하기에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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